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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27일 토요일

2020. 6. 27. 20:14 | Posted by yangml

2년하고 한 달째다.

사랑하는 아빠는 제작년 오월에 담도암 진단을 받으셨고 바로 수술 받은 후 3개월마다 경과를 확인하고 있었다,

처음에 진단 받았을 때를 떠올리면 그 때는 마음이 너무 아프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수술을 받을 수 있어서 일말의 희망이 있었고

암승모니 하는 카페들을 매일 같이 들락날락하면서 담도암 예후와 재발, 사망률을 보면서도 우리는 아닐거야 우리는 확률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생각했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언젠가 아빠도 재발할 수 있겠다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냥 큰 수술 후 총기가 사라진 아빠의 모습이 가장 걱정될 뿐이었다.

나는 작년 말 회사를 그만뒀고 올해 초 코로나가 대유행하면서 아빠 수술 후 2주마다 집에 가는 것도 뜸해진채로 서울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러고 오늘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놀라지말고 들으라며 직전 5월 정기 검사에서 무언가 발견이 되어 MRI촬영을 다시했고 재발되어 종양내과로 옮겼고 아빠 상태의 환자 평균 여명은 5-6 개월이라고 아빠는 이 사실을 아직 모르고 항암을 하시겠다고 하셨다고.

사람은 누구나 죽고 너희를 모두 결혼시키지 않아 마음에 걸리지만 더 젊은 나이에 어린 아이들을 두고 별안간 가는 사람도 많다고. 우리는 다행히 다 컸고 헤어지기까지 조금 시간이 더 있다고 했다.

엄마가 놀라지 말라고 했을 때 나는 별안간 사고로 누군가 죽었나, 아빠가, 언니가 혹은 언니 가족 중 누군가, 혹은 동생들 중 누군가 갑자기 사고로 죽은걸까 하고 최악의 상황을 생각했는데 아빠의 재발이라니. 당장 일어난 죽음이 아니라 아주 잠시 안도하는 마음마저 들었다. 그러고는 현실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다, 현실인건 충분히 자각했지만 그냥 생각이 정지된 것 같았다. 아빠한테 왜 말하지 않냐고, 아빠 인생이 앞으로 겨우 일년도 남지 않았는데 아빠가 알아야한다고 하니까 엄마가 벌써부터 말해서 힘들게 하고싶지 않다고 했다. 그러고 나니 당장 죽음을 앞둔 아빠보다 엄마가 갑자기 걱정되고 엄마한테 사랑한다고 말해줘야만 할 것 같았다.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내가 엄마 너무 사랑하니까 엄마 힘내라고 전화를 끊고 앉아있자니 눈물이 났다 말았다 한다. 사랑하는 내 엄마. 사랑하는 내 아빠.

 

한 시가 아깝다. 왜 그동안 아빠 사진을 더 많이 안찍어뒀을까? 왜 아빠 동영상을 더 많이 촬영해두지 않았을까? 부질없는 후회가 물밀듯 밀려들어온다. 왜 나는 그 때 아빠랑 그렇게 싸웠을까. 아빠 마음에 상처를 줬을까? 왜 나는 아직 결혼하지 않고 아이도 안낳았을까? 작년에 엄마아빠와 생각만하던 스페인 한달 살기를 꼭 할걸. 지난 아빠 생일에 갈까말까 하던 대만여행이라도 갈걸, 온갖 후회가 든다.

 

자꾸만 또 암환우 카페를 들어가고 부질없는 글들을 찾아보고 절망하고 있기 싫어서 집을 나와 걸었다. 언니와 통화를 하며 언니도 그랬다. 우리는 그래도 헤어질 시간이 있어서 다행인 일이라고. 어느 날 쓰러져서 돌아가시는 사람도 있다고.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시절에 언젠가 나는 죽는다면 사고사가 아닌 병사를 하고 싶어. 헤어질 시간이 있으니까. 하던 내 입방정이 부정을 타서 아빠에게 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어떻게 아빠와 헤어질 수 있을까? 어떻게 우리는 아빠를 보내드릴 수 있을까. 아빠는 어떻게 마무리를 하실 수 있을까..

왜 저기 걸어가는 저 노인은 무슨 복으로 저 나이까지 살아계실까. 착한 우리 아빠는 왜 무엇때문에 이렇게 빨리 가셔야할까? 

어떻게 아빠를 잘 보내드릴 수 있을까...

 

다음주 항암을 시작하는 아빠 앞에서 안 울고 잘 견딜 수 있을까? 어떻게 어떻게 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