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최근에 받은 트랙백

.

2023. 9. 29. 17:24 | Posted by yangml

기껏 다섯시간 걸려 집에 가서는 아빠 기일까지 보내고 올라와야지 엄마랑 뭘할까 그런 생각으로 들떠선 내려갔는데

진짜 이젠 엄마가 너무나 밉다. 엄마는 그저 본인 생각과 본인 기분만 생각한다. 그래놓고는 자식마음 이해를 못하는 본인을 탓하며 결국 그걸 이해 못하는 내가 제일 나쁜 사람이 되고.

차라리 아빠가 아니라 엄마였다면, 엄마가 아니라 아빠였다면 나는 기분이 좀 나아졌을까? 극복해낼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것 조차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하다.

나는 하나도 하나도 괜찮지 않다. 하다못해 길을 걷다 나무를 봐도 눈물이 쏟아지는걸 참고 가쁘게 심호흡을 해야 숨이 쉬어지고 아무리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 추억을 되살려봐도 나는 이전의 그 감정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만같은 생각만 든다. 밤에 누워선 힘들게 숨을 내쉬던 모습이, 마지막 그 숨 넘어가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르고 아프지 않고 기억도 멀쩡한 아빠의 모습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남은 기억이라곤 밥도 더 이상 먹지 못하고 몸도 못 가누고 가래 뚫어주려 할때마다 고통스러워하던 모습들만 떠오른다. 병원에서 집까지 오가던 고속도로를 생각만해도 가슴이 답답해져서 더 이상 다니질 못하고 옆 자릴 볼때마다 위험하다고 못타게했던 모습이 떠오른다. 마음이 천갈래 만갈래로 찢긴다는게, 더 꺼질곳이 없는 곳까지 그냥 무한히 가라앉는다는게 뭔지 이전엔 미처 몰랐다. 이렇게 겪고 느껴보기 전까진. 

엄마만 여기서 제일 고통스러운게 아닌데 엄마는 자기 기분만 생각한다. 내 기분따위라고는 밤에 숨죽여 울었던 내 기분따위라고는 어떻게 일 년이 흘러서 자꾸만 떠올라 고통스러운 내 마음따위라고는 생각치도 않는것 같다.

내가 바보였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말걸. 그냥 이따금씩 몇달에 한번 가서 얼굴이나 볼걸. 점점 스러져가는 모습을 하나하나 보지말걸. 마지막 그 순간도 함께하지 말걸. 그럼 나도 그냥 적당히 슬퍼하고 적당히 괜찮겠거니 헤아리고 적당히 이겨냈을걸.

다 밉다. 엄마도 밉고 아빠도 밉다. 언니도 밉고 동생들도 다 밉다. 내가 모두 나보다 더 힘들라고 더 아파하라고 한것도 아닌데 내가 이만큼 힘드니 너네가 다 이해하라고 한 것도 아닌데.

그냥 나도 죽어 없어지면 좋겠다. 엄마말대로 죽어서 다 끝나고 아무 의미 없어지는거라면 더욱 더.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Now and then  (0) 2023.11.04
윤종신의 모처럼을 들으며  (0) 2023.09.12
.  (0) 2019.11.12
7월의 문턱에 서서  (0) 2017.06.30
여름이 지나고  (0) 2016.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