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하다 이 시간즈음 일이 어느정도 마무리되면 바로 퇴근하기엔 뭔가 아깝고 해서
할 일을 좀 더 하고 택시를 타자고 맘 먹게 되어버린다.
그래서 쓰게 되는 왠지 모를 밀린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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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된 게 정말 얼마 전 같은데 금새 반 년이 흘렀다.
올 상반기는 은근히 별 일들이 많이 있었다.
같이 열 다섯, 스물의 시간을 보냈던 친구들이 인생의 새로운 장에 접어들었고
난 아직도 우리 엄마아빠한테는 어린아이처럼 구는데 친구들은 어른이 된 것만 같아 신기하기만 하다.
7월엔 언니가 귀국한다. 집은 예전보다 훨씬 멀어졌지만 마음만으로도 언니가 같이 있다는게 한결 편하다.
조카들도 이젠 다 커버렸는데도 아직 나한테는 애기같고, 애기때가 생각나고 그저 사랑스럽다. (이건 바로 부모님이 날 보는 마음일까...는 오버일까...)
내 사랑들. 어서 보고프다. 지난 몇 년간 왠지 모르게 심리적 장녀가 되어버린 기분이었는데. 무거운 마음도 안녕이다.
..
작년 4월엔 올 봄엔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 했는데,
아직 여기에 이렇게 버티고 있다.
그래도 내년 여름엔 아마 다른 곳에 있겠지.
계단참에서 펑펑 울던 시절도, 택시에서 쓰러졌다 겨우 내리던 시절도 내년 즈음에는 되게 그리울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앞으로 어디로 무엇을 해야할지 여전히 갈피를 못잡고 있는 것도 나의 현실.
잘 모르겠다. 무엇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나. 딱 쳇바퀴 다람쥐 체질인데. 허허.
...
뭔가 쓰고 싶은데, 막상 술술 적히질 않는다.
우연히,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의도를 가지고 전해들은 이야기로는
잘 지내는구나. 이상하게 잘 됐다 싶으면서도 신경쓰이고 궁금하고 이유없이 속상하고
그러면서 또 한 번쯤은 아무렇지 않게 내게 안부를 물어봐주었으면 하고 생각하고 그런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내가 왜 그 땐 그랬을까 제정신이 아니었구나 하면서도
결국은 진심으로는 남탓만 하고 내 탓이란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실은 나의 문제인데 시간이 이만치 흘러도 현실을 직시 못하는구나 나는.
안부는 물어오지 않으리란 것을, 변하는 것은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라 나 녀석아..
과거의 미화는 그만하고 오늘부턴 정말 정말 정신을 차리고 살아야겠다.
....
영화도 많이 보고, 음악도 많이 듣고 싶다.
아이패드 산 이후로는 책도 이전보다 더 많이 읽게 되어 좋다.
더 건강해져야지. 그리고 더 행복해져야지.
나도 더 열심히, 뒤를 보지 않고 열심히.
아무것도 시간을, 행동을 돌이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