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라 그런가 감기기운이 쉬 떨어지지 않는다.
비타민만 열심히 먹고 있다.
짐을 들다가 허리를 삐끗했는데, 세상에 나도 나이가 들었구나. 짐을 들다 허리를 삐다니 하며 서글픔이 몰려왔다.
한 것도 없는데 왜 나이가 벌써 서른인가. 몸이 내 맘대로 안되는구나.
허리에 담이 왔던 친구의 말대로 버스를 타도 전철을 타도 허리가 아파서 계속 고생.
집에만 오면 거의 계속 누워지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되는데 늦게 자고 적당히 일찍 일어나고 있는 패턴이 반복된다.
하루 늦게 자면 그 날은 하루종일 컨디션 저조로 일찍 자고 담날은 또 좀 덜 피곤하다고 또 늦게 자고 그런 악순환이라고 하긴 뭔가 조금 부족한 그런 상태.
작년 이맘때쯤부터 약으로 치료 시작한 족저사마귀는 왼발은 이미 지난 봄부터 완치. 오른발 엄지와 왼발 발바닥의 사마귀 기운을 미리미리 발라 없애는 중. 지금 거의 최후의 뿌리를 뽑기 전의 상태랄까.
나이가 들어 그런가. 몸 성한데가 별로 없다.
결리고 다치고 쑤시고.. 몸이 안좋아서 기분이 저조해지는지, 아님 기분이 안좋아서 몸 상태가 안좋아지는지. 모르겠다. 둘 다인 것 같다.
여름 이후로 부쩍 집에서 혼자 술을 (더) 잘 마신다. 그 날 이후로는 술을 마셔야 밤에 푹 잘 수 있다. 이게 알콜릭의 길인가보다. 마시지 않는 날은 새벽에 꼭 뒤척이며 깼다가 다시 잠든다. 그럴 때마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지 않은데 이젠 눈물도 잘 안난다. 나도 모르게 왈칵 쏟아져도 동생이 깰까 숨죽여서 겨우겨우 숨만 꺽꺽이다가 억지로 억지로 눈을 붙인다.
이번 주였나 지난 주 부터 이틀인가 사흘만에 한번 꼴로 전화가 온다. 가슴이 한번씩 덜컥 내려앉지만 받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할 말도 없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할 자신도 없다.
연휴가 시작되기전에 끝내야 할 일들이 있었는데 다 끝내지도 못하고 연휴가 시작됐다. 가슴에 돌덩이를 천근 만근 얹어놓은 것처럼 편치가 않고 답답하다. 이렇게 앓다 죽지, 하는 마음이 자꾸만 든다.
집에선 열흘 전에 딸랑 한 마디 온 카톡 외에는 별 말도 없다. 전화도 없고. 연휴엔 서울에 붙어있어야지 했다가 C 아버지 이야길 듣고 그래도 추석날이라도 내려가볼까 했는데, 역시 안가는게 좋겠다. 어떤 사람은 가족과 굉장히 쿨한 관계를 유지하던데 나는 쿨하진 못할 것 같다. 생각하면 답답하고 마음이 계속 언짢다. 이기적이게도 상처받았음을 표출하기 위해 오히려 상처를 주게 된다. 그런데 그마저라도 못하면 못견디겠으니까 계속 그러고 있다. 해결의 실마리도 보이지 않고 그저 내가 빨리 새롭게 무언갈 시작해야된다는 것밖엔 모르겠다. 마음먹은대로 잘 되지 않아서 문제지만.
그냥 이렇게 여기에 써내려가는 만큼이나 친구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쉬이 입이 안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암만 친해도 내 밑바닥을 보여주는 것같은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꽃노래도 매일 들으면 힘든데 요새 안좋은 내 상태를 얘기하는 건 건강얘기로 족한 것 같다. 왜냐면 사실 요샌 하루도 괜찮은 날들이 없으니까. 누군가에게서 행복하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때때로 행복하다고 말하고 보니 예전엔 그랬다. 그런데 사실은 그 날로부터 행복했던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프란을 보고 매티를 보면서도, 보고 돌아서면 우울했다. 나아지겠거니 했는데 전혀 안그랬다. 정말이지 요샌 전혀 행복하지가 않다.
주위 사람들에게 삶이 유쾌한 척 하는 것도 싫고, 활달하단 소리도 어색하게만 들린다. 눈 앞이 캄캄하다는게 지금 내가 삶에서 느끼는 가장 솔직한 감정인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사느라 힘든데 나는 왜 이럴까 자학하게 된다. 없던 자격지심도 타의에 의해 생기는구나 이번에 절절히 깨달았다.
위로받고는 싶은데 위로받을 길이 없다. 그냥 이렇게 토해내는 수밖에. 매일같이 나도 그냥 그저그런 시시한 사람일 뿐이구나 자각한다.
이러니 컨디션이 좋아질리가.